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 “선도국, 금융·법률 등 포괄한 시장 형성 특징”
다양한 이해관계자 접점 통해 가격 하락 및 ‘쉬운 조달’ 유도해야
“미국과 같은 해외 선도국에선 디벨로퍼·중개·제조업체·금융·법률·발전사가 자유롭게 만나 접점과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서로 간의 높은 접근성은 제도화된 조달 수단 안에서도 더욱 수월하고 저렴한 RE100 달성 방안을 찾기 위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동력이자 자산이 되고 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10월 31일 ‘2024 한국 재생에너지 매칭포럼’에서 이 같이 설명하고, “우리나라에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접근이 제한적이라, 참신한 거래 시장 형성과 조달 여건 개선의 역할에 제약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준 교수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재생에너지 조달 옵션(▲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PPA ▲자체건설)은 구매에서 건설로 향할수록 복잡성과 난이도가 커지지만, 이론적으로 자체건설의 가격 경쟁력이 가장 높다. 기업들은 자사 환경에 따라 여러 선택지를 취사 선택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는 이러한 시장 원리가 통용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상준 교수의 진단이다.
이 교수는 “국내는 80% 이상의 수요자가 녹색프리미엄을 선택하는데, 이는 조달이 쉬운데다 가격까지 싸기 때문”이라며 “굳이 재생에너지를 자체 보급하거나 복잡한 PPA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수요자-공급자의 중간 영역을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활동할 영역도 좁아지고, 합리적인 가격 시장 형성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시장이 공공의 의무 공급량을 고정시키면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각각 원하는 가격에 격차를 발생시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태양광 구매자의 희망 가격은 136~170원/kWh에 형성돼 있지만, 실제 판매자들은 168~185원/kWh로 최대 50원의 차이가 난다. 육상풍력도 kWh당 180~200원에 구매희망가가 형성된 반면 판매희망가는 190~210원으로 20원의 차이가 있다.
이 교수는 “해상풍력은 현재 400~450원의 판매가를 희망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비싼 값에 구매 희망자가 저조한 상황”이라며 “PPA나 RE100으로 유인할 물량 대다수가 RPS 시장에 묶이면서 높은 균등화발전원가(LCOE)가 유지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선도국은 주어진 조달 선택지는 유사하지만, 세부 영역에선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다양한 조달수단이 활성화된 대표 국가로, PPA 및 권역별 공급사업자를 선택하는 ‘커뮤니티 선택 집계(CCA)’ 등 다각적인 거래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Green Tariff’와 같은 녹색요금제는 재생에너지 공급사업자가 직접 조달 후 계약요금제 방식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금융, 법률 등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수월해 각종 중개서비스와 상품 다양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구글의 CFE 24/7 계획은 시간대별 인센티브/규제 격차를 설정해 환경 효과를 높였고, 공급사로선 태양광·풍력·수력 등의 전원을 각자 구성해 24시간 일주일 간 사정에 맞게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일본은 각 인증서, PPA 등의 종류도 여러 가지이고, 수력발전 상품만 모아서 제공하는 등 각 사업마다 다양한 파생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대만은 이번 3.2단계 해상풍력입찰에서 복수의 기업용 전력거래계약(CPPA)를 체결하면 공급 용량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PPA 시장 활성화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이상준 교수는 “우리나라는 현재 PPA 계약에 한 종류의 발전원만 적용할 수 있는데, 계약상품을 세분화하고 계약기간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만큼 기업 접근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업재생에너지재단(CREF)이 이날 제주도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볼룸에서 개최한 ‘2024 한국 재생에너지 매칭포럼’에는 각계 각층의 업계 전문가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늘리는 동시에 ‘자유로운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진우삼 기업재생에너지재단 RE100위원회 위원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포럼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네트워킹을 통해 무엇보다도 공급을 늘리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